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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서점 & 도서관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1. 요약
반세기를 서점인으로 일본 서점계의 ‘산 증인’으로 불린 ‘시바타 신’과의 3년간 인터뷰를 엮어 만든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남해의봄날). 이 책의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전작인 『서점은 죽지 않는다』(시대의 창)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서점 전문칼럼니스트’다. ‘서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출판 유통의 모든 과정을 초연하나 끈질기게 들여다본다.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평범하지만 보통 사람’인 ‘시바타 신’의 이야기다. 50년(곧 그는 85세가 된다고 다케후미는 쓰고 있다)이라는 세월 ‘서점’를 중심으로 걸어온 발자국은 한 개인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일본 서점의 역사’와 결을 같이 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시바타 신’과의 인터뷰 틈새마다 그의 ‘생애’를 차분하게 정리한다. 어찌 보면 ‘시바타 신 평전(評傳)’으로 불려도 손색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다케후미’는 한 사람의 ‘평전’을 위한 글이 아닌, 역사 속 ‘서점’과 ‘서점인’을 담았다. 시바타 신의 ‘말’ 사이에 다케후미의 ‘말’도 섞여 있으며, 틈새로 현 일본 서점의 ‘현장’이 있다.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마지막’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이야기로 시바타 신의 표현을 옮기자면, “흘러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다.


2. 감상평
이 책은, ‘시바타 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 ‘서점’의 현장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서점’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 되었는지, 그가 보여주는 경영방침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지를 보여 준다. 시바타 신은 ‘서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보통의 서점’을 꿈꾼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통의 서점’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홀로 살아가는 서점’이 아닌, 사람, 가게, 거리가 하나 되는 서점. 곧, ‘지역 공동체’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일상 서점’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시바타 신’은 지역 소상공의 모임(서점주 2세 모임)을 비롯하여 진보초 북 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하며 책방 거리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나만 살자’의 욕망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땀 흘림이다.


그러므로,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서점’을 매개로 재구축 하는 현장을 담고 있다. 물론, ‘시바타 신’은 철저하게 자신을 ‘소상공인’, ‘서점주’로 소개한다. 거창한 비전과 순수성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의 솔직함은 진정성으로 다가오며, 그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비전’이 된다.


다음은, 다케후미가 ‘시바타 신’을 통해 ‘서점’의 모습을 묘사 하는 부분이다.


“버드나무 가지는 강풍이 불면 크게, 산들바람이 불면 작게 흔들린다. 어떻게 흔들리든 간에 마지막에는 반드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흔들리면서도 뿌리는 튼튼해 움직이지 않는다. 버드나무에 이는 바람(*버드나무가 바람에 나부끼듯, 외부 조건에 거역하지 않는 자는 재앙을 받지 않는다는 뜻의 속담. 외부 조건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오해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포렴에 팔씨름(*가게 문 앞에 드리우는 천인 포렴과 팔씨름을 해봤자 아무런 반응이나 보람이 없다는 의미)이라는 속담과는 다른 의미로, 서점이란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와도 같다.”-p.230.


나도 ‘서점’을 꿈꾸는(물론, 서점을 통한 교회 공동체를 말한다)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시바타 신’의 이야기는 막연한 ‘서점’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며 필요한 ‘서점’이야기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서점 현장은 무너지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는 결국 기존의 질서의 한계 점이 무너졌다는 반증이다. 이것은 비단 ‘서점’ 이야기에서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도 동일한 현상을 겪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세대는 특별한 것을 꿈꾸기보다 ‘보통의 서점’(보통의 교회)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함께 숨 쉬는 ‘현장’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