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서점 & 도서관

『세계 도서관 기행』, 유종필

『세계 도서관 기행』, 유종필


1. 들어가며
“장자(莊子)는 <외물(外物)>편에서 ‘땅이 아무리 넓어도 사람이 서 있기 위해서는 발이 닿는 부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이 닿는 부분만 남기고 둘레의 땅을 파버린다면 어찌 걸을 수 있겠는가, 무용하기 때문에 쓸모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당장은 쓸모없는 것 같지만 크게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우리가 ‘도서관’을 마주 할 때, 처음은 친근감보다 거리감을 느낀다. 이것은 어쩌면, ‘익숙함’을 상실한 이유가 아닐까? ‘생활’ 다른 표현으로는 먹고 살아갈 현실의 긴장감은 당연한 것을 향한 ‘초연’과 ‘묵상’을 외면하게 만든다. 그 결과로 책은 실용을 위해 잠시 뒤로 넘겨도 무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유년기와 왕성한 청년의 때, 각자의 품에 ‘청운의 꿈’을 품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책을 통해 ‘큰 꿈’을 품었으나, 현실의 매서운 칼 날에 그만 고꾸라진 모양새가 됐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일상이고 '현실'이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장자의 표현 처럼, 언뜻 보기에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책’이지만, 책 속에는 우리가 살아갈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므로, 책을 품고 있는 ‘도서관’은 피할 곳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 할 ‘광산’이다.


2. 요약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한 저자 ‘유종필’은 세계 유명 도서관 기행을 통하여,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탐구하며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 간다. “이집트,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러시아,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일본, 북한, 한국” 순서로 여행 포인트가 구성되었다. ‘한국’이 아닌 ‘이집트’를 출발로 삼은 것은 ‘도서관’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도서관’의 역사는, 국가 흥망성쇠와 결을 같이 하면서도 결을 뛰어 넘는다. 질곡의 역사도 비껴 가는 ‘지식 사랑’은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 우리 앞에 살아난다. 그러므로, 저자는 ‘도서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역사적 인물들이 얼만큼 ‘도서관’을 사랑했는지, 책을 통해 어떤 길을 걸어 갔는지 함께 보여 준다. 결국 ‘역사’는 ‘지식’과 함께 동행 했다는 말이다. 특별히,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소개에 앞서, 라틴문학의 거장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바벨의 도서관』의 명구가 기억에 남는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확고부동하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3. 나가며
‘도서관’을 주제로 책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히 무엇을 담을것인가? 하는 고민은 무척 힘겨운 씨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계 유수의 ‘도서관’을 탐방 하면서 향후 우리가 걸어갈 ‘도서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을 곁들인 ‘탐방기’는 챕터가 끝날 때, 나도 함께 그 나라에서 떠나는 아쉬움을 함께 경험하는 동시에 새로운 나라로 들어가는 설렘을 느낀다. 이것은 또 다른 세계일주의 느낌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진지하게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어서 ‘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라! ‘도서관’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서점’으로 부터 시작하자. 책은, 언제나 우리 곁에 바로 여기에 놓여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참회록(고백록)』에 회상하며 쓴 글이 오늘도 유효 하리라.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