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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서점 & 도서관

『세계서점기행』, 김언호 지음

『세계서점기행』, 김언호 지음

1. 요약
김언호, 그 이름 뒤에는 참으로 많은 설명이 붙는다. <한길사> 대표,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저자 등 <책>이 존재하는 곳에 김언호는 발 빠르게 틈을 찾아 길고 깊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김언호의 삶에서 <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추측컨대 드넓은 수평선 그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 달린 ‘돛’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책>은 ‘돛’의 역할을 한다. 인생이라는 큰 풍파를 만나도 그 돛은 바람을 거스르기 보다는 몸을 맡기고 온 세상을 돌고 돈다.

그래서일까? 서점인 김언호는 다시 눈을 돌려 세상을 향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의 <책>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나보다. 아니 어쩌면 가슴에 담은 세상의 <책>을 다시 꺼내들어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서점기행』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언호의 눈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 쉬는 모든 이들의 ‘책방’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세계서점기행』은 일단, 판형이 백과사전 급이다. 크기뿐 아니라 ‘사잔’의 넓은 시선은 마치 현장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또한 글자 크기가 크고 행간이 넓으며 여백이 충분 하기에 행간에 머무는 여운이 깊다. 그 행간 사이에 나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세계서점기행』에서 찾아가는 나라는 대략,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미국, 중국, 타이완, 일본, 한국’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출판인’ 김언호와 ‘독자’ 김언호, ‘서점인’ 김언호의 마음으로 2002년 문 닫은 <종로서적>의 부활을 꿈꾸며 이야기를 맺는다.

세계 속 역사와 인기가 가득한 서점들을 사진과 설명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현장에 있는 느낌뿐 아니라, 나 또한 그 ‘서점’을 소유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2. 감상평 처음 백과사전처럼, 두껍고 큰 책을 받았을 때 느낀 놀라움과 당혹감은 무엇이라 표현할까? 아무튼, 그냥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 할 길이 없다. 첫 장을 넘기자 눈에 들어오는 큰 활자가 두 번째 당혹감을 준다. 활자가 큰 것뿐만 아니라, 행간이 넓고 여백도 넓다. 아쉬움이 밀려오는 사이 두 눈에는 넓은 시야의 사진이 박혔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났다.

『세계서점기행』은 그렇게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활자의 크기와 여백의 넓이는 사진과 함께 생각과 감상의 폭, 깊이, 길이를 늘려준다. 처음 가졌던 당혹감은 오히려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 찼다. 이내 김언호의 시선과 마음과 발길 따라 나도 세계 곳곳을 누빈다.

<책>은 사람의 마음을 들어 올렸다 바닥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간다. 하지만 그것은 ‘침울함’의 심연이 아니라 깨달음과 배움의 심연이다. 『세계서점기행』앞서 『세계도서관기행』(유종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을 읽었던 것이 올해 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서점기행』과 『세계도서관기행』을 비교하게 되고 또한 어떤 시선의 차이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김언호의『세계서점기행』이 현장의 눈과 독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라면, 유종필의『세계도서관기행』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문화와 전통을 만들었으며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 지식과 자유를 전했는지 설명한다. 겉보기에는 ‘상업성’과 ‘공공성’의 대착 점으로 보이는 두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 둘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곧, <책>을 통한 소통과 공동체를 향한 인류의 생명을 논한다. 그러하기에 ‘다르나’ ‘같은 것’이 이 두 책에 오롯이 새겨있다.

‘서점’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세계서점기행』과 『세계도서관기행』은 큰 도전과 배움의 안내가 될 것이다. <책>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꿈을 나누고 삶을 이기는 힘을 얻는다. 그러하기에 <책>은 저 망망대해 위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에 담고 나가는 ‘돛’이 될 것이다.